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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딸기모찌의 기억

by 하와이안걸 2006. 1. 6.
1월 6일. 금요일. 저녁근무.


정신없이 바빴던 연말의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벌써 나왔어야 할 비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아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는 답답한 상황.
게다가 점점 조여오는 유니폼의 압박;;;으로 공항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짜증스러운 요즘이다.

급격히 떨어진 손님수와 매상으로 할 일도 별로 없던 오늘.
갑자기 어디선가 딸기 냄새가 났다. 아! 이것은! 하루쯔미이찌고!!!

'하루쯔미이찌고'란 '봄에 딴 딸기'라는 뜻으로 겨울한정으로 파는 딸기모찌의 이름이다.
내가 이곳에 처음왔던 2월초에도 이걸 팔았었다. 벌써 한바퀴 돌아 이 계절이 되었다. 
정말 정신없던 하루하루. 눈앞이 노래질 정도로 긴장했던 하루하루.
바로 건너편에 누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체를 둘러볼 여유도 없던 하루하루.
내 편 하나 없던 그 때엔 그저, 이렇게 솔솔 풍겨오는 달콤한 딸기 냄새가 유일한 위로였다.

오늘 하루종일 딸기냄새를 맡으며 가슴이 뛰었다.
다시 신입이 된 기분으로 벌벌 몸이 떨렸다.
기분이 좋기도 하다가 두렵기도 하다가, 온갖 기억이 밀려오면서 어지러워졌다.
역시 빨리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하는데 주임이 말을 걸었다.

"이상, 다음 주 신년회에 올거지?"
"네???"
"이상, 시간표 보니까 다음날 저녁근무던데 이번에는 참석해줘."
"네. 생각해보겠습니다."

4천엔의 회비가 아깝고, 매일 보는 인물들이 지겨워서 절대 참석하지 않는 회식.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한번 가볼까 한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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