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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봄은 아직 멀다

by 하와이안걸 2017. 2. 23.


0.
오랜만에 
(디오씨가 아닌 김현철 버전으로)


1.
아빠의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
그리고 기나긴 회복과 재활이 시작되었다.
방사선과 항암치료할 때도 이렇게 길게 입원한 적은 없었는데
수술 후 벌써 한달째 입원중이시다.
엄마-나-오빠 세명이서 한 주를 나누어 병간호를 하고
세상에 몰랐던 간호 지식을 몸으로 습득하는 중이다.
자세한 내용을 줄줄이 적다가 지웠다. 무슨 대단한 자랑이라고.
그러나 엄청 싫어했던 가래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해졌다.



2.
병실에서의 시간은 지루하고 답답했고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무언의 짜증과 무언의 원망과 무언의 사과.
치료 때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쳐왔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갑질로 끝난다. 이노무 자식 새끼야 ㅠㅠ



3.
그러나 한주 한주 지나면서 아빠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내가 진짜로 도와드려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조금씩, 좋아졌다. 모든 것이.
병실의 웃음 코드도 하나씩 찾아냈다.
아빠의 유머 감각도 살아났다.



4.
그러나 오빠와 교대를 하자마자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일주일 째 낫지를 않고 있다.
처음으로 감기 때문에 링거를 맞았고
누워서 하루를 보내는 무기력함을 아빠와 함께 느꼈다.



5.
알라딘 중고나라에서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 두 권을 사다가 단숨에 읽었다.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
중고나라에 접속해서 가방 하나, 주방기기 하나, 인테리어 용품 하나를 팔았다.
내 안의 상인 정신.


6.
골칫거리였던 책상을 처분하고 그 자리에 행거를 사다 놓았다.
책장 속의 시디를 모두 꺼내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여 수납함에 정리해 놓았다.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가려면 일단은 돈이 필요하다.



7.
깔끔한 집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지만
누굴 초대할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그 때 이 책을 선물 받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961953


아, 하면 되지 않을까?
시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점집 예약이 되어있어 (흠흠) 물어봤더니
내 사주에 '토'가 없어서 꼭 해야한다고 한다;;;
세금이나 합법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관련 카페에 가입했다.



8.
잠깐 언급했듯이,
결혼하고 처음으로 점을 봤다.
돈이 마를 것만 같은 불안함에 다시 일해야할 것 같아서였다.
큰 기대 안하고 갔는데 너무도 구체적인 여사님의 관심법과 현실적인 조언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올해 할 일을 딱 짚어주시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몇몇 친구들에게 소개를 했는데 다들 찾아가서 대만족하고 열심히 가지를 치는 중;;; 
여사님,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9.
사실은 답을 알고 있다.
끝없는 잡생각과 우울한 마음도, 찬바람 한방에 골골거리는 것도
식욕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도, 자꾸 당이 땡기는 것도
운동을 빡세게 하면 다 없어진다는 것을.
생각난 김에 아파트 헬스장으로 달려가 등록을 해야겠다.
등록만 해야지.
난 아직 감기니까.



10.
'너의 이름은'을 아직 못봤다.
'라라랜드'는 꼭 한번 더 보고 싶다.
둘 다 아슬아슬하구만.




실내복과 외투를 걸어놓는 행거. 꼭 필요했다.


시디 수납함 14개 구매;;;


아일랜드 수납칸에 착착 쌓아놓고 오빠 그림으로 마무리


아빠의 식사가 담긴 병


집에 가져와 꽃을 꽂았다. 간직할 것이다.


세브란스에서 젤 맛있는 건 호떡. 진짜다.


한판 남아서 한판 딸기. 나도 남겨두었다.


(좌) 메로골드자몽 (우) 스위티. 둘 다 맛있다.


티라미수 대 실패! 베이킹에 미련 따위 없다.


눈물나게 맛있게 먹었던 실비집 낙지


요즘 빠져있는 일드 '콰르텟'. 최고시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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