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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그냥

트리플 (부제 : 공포의 첫 사고)

by 하와이안걸 2017. 3. 8.

그날은 내가 병원 교대를 하러 가는 날이었다.
병실에서 주말을 보낸 오빠는 아빠 약이 다 떨어졌는데 강화에 들러 가져올 수 있겠냐 물었고, 
일주일 전 나 홀로 강화도 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는 자신있게 그러겠다고 답했다. 


1차 접수. 급 커브 시 도로턱 밟고 넘어가면서 타이어 펑크

강화도에 잘 도착해서 물건 받아 집에 가는데 신호등 너머의 커브길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호에 걸리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가 과속 좌회전을 하고 말았다.
우측 바퀴가 도로턱을 넘으며 덜컹했지만 김포와 강화도 일대에 간혹 험한 길이 있었기에
그 중 하나려니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직진했으나...
차가 계속 탈탈거리며 속도를 내지 못해 내려서 확인해 보니 이 지경 ㅠㅠ  
 
*교훈 : 노란 불에 달리지 말자.


2차 접수. 스페어 타이어 펑크로 인한 견인

1차 처리 시 담당자 분이 스페어 타이어 상태가 매우 안좋다며 걱정하셨고 (약간 혼나기도)
양곡에 타이어 가게가 여럿 있으니 거기까지 살살 가보라며 바람을 힘껏 넣어주셨다.
점찍어둔 가게까지 10키로 가량 파이팅했으나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상태 ㅠㅠ
다음 가게, 그 다음 가게를 향해 어슬렁거리던 도중 두 번째 타이어마저 폭삭 주저앉았다. 내 마음처럼.

*교훈 : 스페어 타이어는 언제나 짱짱한 것으로!


견인 중 ㅠㅠ

견인할 때 내 차에 앉나, 견인 차량에 앉나 늘 궁금했는데 견인 차량 뒷좌석이 정답~! (이때까진 해맑;;)
양곡에 문을 연 단 한 곳의 타이어 가게에서 눈탱이 맞으면서 모든 금액을 지불하고 타이어 두 개 교체.
남편은 사람도 안 다치고, 다른 차에 피해도 안 주고, 무료 서비스도 두 개나 경험했다며 폭풍 격려해 주었다.
무사고인 자신이 누리지 못한 혜택을 내가 대신 누려주니 뽕을 뽑은 기분이었나 보다.
약간 신나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교훈 : 당황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


3차 접수. 차선 변경 시 접촉사고 ㅠㅠ


그러나 진정 뼈 아픈 사고는 이것 ㅠㅠ 
집에 거의 다 와서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차선 변경에 대해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도 이런 사고가 나다니, 제대로 액땜하는 날이었다.
앞에 운전자는 50대 아저씨. 뒤에서는 계속 빵빵거리고 ㅠㅠ
운전을 생각했을 때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실제로 직면하고 말았다.
보험사 직원이 도착하기까지의 20분간 운전석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
앞차 아저씨는 사진도 찍고 뒷차량 안내까지 여유있게 하시던데 나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더라...

*교훈 : 무리하지 말자. 돌고돌면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ㅠㅠ



그 당시에는, 세 시간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서 더 긴장을 해버렸다.
블랙박스 찍힌 것을 보면서도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설명이 안되고
상대편이 주장하는 게 맞는지 틀린지도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도 계속 심장이 벌렁벌렁 쿵쾅쿵쾅.
밤에도 자꾸만 차 사고나는 꿈을 꾸어 새벽에도 몇번이나 깼다.
차선을 바꾸다가 역주행 하는 꿈... 연속추돌사고 나는 꿈... 배터리가 꺼지는 꿈...
 

사고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아빠는 내게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얼굴이 뽀얀게 요 근래 화장한 것 중에 가장 잘 되었다고.... 
아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래요.
아. 셀카라도 찍을 걸...

하루만에 엄마와 다시 교대를 하고 집에서 계속 멍때리는 중.
남편은 이것으로 나의 운전 버프가 끝날까 걱정하고 있다.


"극복해야 해! 극복할 수 있어!!!"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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