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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6, Dallas

Day 19 : 인터폴 인터폴!

by 하와이안걸 2016. 4. 17.



2016.04.17. 일요일



오늘은 다 함께 가게 출근하는 날.

사실 어제 일찍 퇴근한 오빠가 저녁 내내 다음 날 장사 걱정을 하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다운타운 나들이를 위해 일요일 장사 준비를 다 못하고 왔다는 거다.

집에서 좀이 쑤시기 시작한 남편은 일터에 가고 싶다고 자청 ㅋㅋㅋ

나 역시 주말 장사는 처음이었다.




오빠가 먼저 나가서 가게 문을 열고 

새언니, 나, 남편이 뒤따라 출근했다.

일요일에는 다들 교회에 나가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캐셔 한명 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오픈 시간 전까지는 가내수공업.




남편과 함께 소세지빵을 만드는데 남편이 너무 못 만들어서 계속 내가 수정해 줬다.

그러나 나 역시 겨우 이틀째라는 함정.

오빠는 우리가 만든 빵을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 했지만 가라고 할 수도 없고

터진 빵은 너네가 다 먹으라는 덕담을 해 주었다. 오예.




그러나 오픈과 함께 쏟아지는 폭우.

오븐에 빵은 가득한데 이를 어쩌나.

오빠는 쿨하게 오늘 장사 망했다며 

다들 앞치마 벗고 손님 테이블에서 커피나 마시라 했다. 오예 오예.




새언니는 노트북을 펴 놓고 회사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와 남편은 커피와 함께 먹을 빵을 고르고 오빠는 우리 커피 셔틀 ㅋㅋㅋ

아, 미국은 디카페인 커피가 어딜 가나 있어서 너무 좋다. ㅠㅠ

아메리카노에 라떼에 이게 정말 몇년만이냐!




소파 앞에서 손님인 척 각자 폰을 보며 놀면서

새언니에게 그간의 고생담도 듣고, 언니도 우리 부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묻는 등

오랜만에 가족 다운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도 부엌에서 오빠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듯 했다.

둘이 안맞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케미.

잘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남자 사람이 반가웠던 게 아니었을까.

오빠는 어딜 가나 남편을 찾고 장남인 남편 역시 졸졸졸 형님을 잘 따랐다. 




악천후 속에서도 구워놓은 빵은 거의 다 팔았다. 

착착착 가게를 정리하면서 점심 메뉴를 정하는데

비 오니까 국물이 땡긴다는 언니는 쌀국수를 계속 주장했으나 우리 부부의 철벽방어 ㅋㅋㅋ

결국 한인마트 근처 홍콩반점으로 결정!




그런데 은행에 들렀다 오기로 한 언니에게 일이 생겼다.

ATM기 앞에서 강도를 만났다는 것이다. ㅠㅠ

당장 100불을 뽑아내라는 강도와 맞서다가 핸드폰을 뺏겼다고 한다.

아이고 홀몸도 아닌데 이게 뭔일!!!

뜯던 젓가락 집어 던지고 달려나가니 다행히 언니는 무사했다.

듣기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리는데 언니는 핸드폰 뺏긴 것에 대해서만 분노할 뿐... ㄷㄷㄷ 




집으로 가자는 우리의 만류에도 언니는 짬뽕을 먹겠다고 하고 ㅋㅋㅋ

결국 홍콩반점에서 한상 가득 먹었다. 

오픈된 주방에서는 멕시코 사람들이 고기를 튀기고 짬뽕을 볶고 있었다. 

뉴욕 새댁에 이어 달라스 홍콩반점의 멕시칸 손맛도 서프라이즈. 짬뽕밥 하나 포장이요~




바로 옆 H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오빠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 강도였다. 

폰 돌려줄테니 100불을 가지고 나오라는 거였다. 

그렇게 H 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경찰에게는 다시 신고해서 마트 좌표 찍어주고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강도가 엄청 일찍 온 것이다. 시간을 끌다 끌다 오빠와 남편이 출동.

이렇게 보내는 게 맞는 것인지 여자들은 계속 말리고 고민했으나 

오빠는 강도 치고는 좀 멍청한 듯 하니 걱정말라며 주저 없이 주차장으로 나갔다.

따라나가는 남편 뒷모습엔 두려움이 가득 ㅠㅠ




15분 뒤 마트 안으로 돌아오는 두 남자.

언니의 폰도 다시 찾아오고 몰래 사진과 영상도 찍어왔다.

남편 말을 들어보니 폰을 뺏어오기 위한 약간의 육탄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사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오빠는 미끼로 쥐고 있던 50불을 빼앗겼다고 분노했다. ㄷㄷㄷ

한참 뒤에 도착한 경찰에게 사진과 영상 제보 후 드디어 귀가 시간.

차 안에서 오빠는 부모님께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케이.




달라스에 대해 한없이 부풀어가던 마음이 푸시시 꺼지는 하루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겁도 없는 부부.

홀몸도 아닌데 돈 100불에 야무지게 싸우고,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 흑인과 몸싸움을 하고 ㅠㅠ

부모라 강해진 건지, 세월에 강해진 건지, 미쿡에 강해진 건지...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으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어머나!!!




"(일동) 추신수다!!!!!!"





믿거나 말거나 파란 티셔츠






집에 가서는 짬뽕밥 선물과 함께 추신수 이야기만 했다.

부상이라던데 잘 먹고 회복하시기를.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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