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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집밥

가츠산도가 되고 싶은 돈까스 샌드위치

by 하와이안걸 2018. 3. 23.

재래시장 근처에 살 때는 

정육점에서 눌러주는 돈까스용 등심이 싸고 질이 좋아서

가끔 수제 돈까스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이사오고 나니 마음에 드는 정육점도 못 찾았겠는데다

대형마트 고기는 늘 비싸게만 느껴진다. 

간혹 세일을 해도 돈까스용 고기보다는 구이용, 보쌈용이 대부분.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작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ㄷㅇ에서 나온 냉동 돈까스가 1+1 세일을 하길래 

오랜만에 담아봤는데 아뿔싸. 갈은 고기였다. ㅠㅠ

반달 모양 어쩌구 할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데 

왜 당연히 순살이라고 믿은 걸까.



참 이상하게도 냉동 돈까스의 세계는

어릴 적 도시락 반찬이었던 그 돈까스와

스무살 적 맥주 피처 안주였던 그 돈까스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냉동식품 관계자 여러분!

업그레이드 합시다. 냉동식품 관계자 여러분!!!


이것이 그 문제의 돈까스. 상표는 가렸지만 다들 아시리라 믿어요.


돈까스가 왜 반달 모양이어야 하며, 그걸 왜 강조하고 자랑하는지 불가사의.


마침 남편이 술김에 사온 식빵 등장. 

도대체가 못 보던 봉지라 어디꺼냐 물으니 

한 시간 쯤 곰곰히 생각하더니 대림역일 거라고. 

아 네.





어쨌든 경축!

식빵순이와 냉동음식 성애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메뉴가 나왔으니

그것은 바로 





백종원이 강추하는 돈까스 샌드위치!!!!!



고급진 버전으로는 일본의 가츠산도! 데스네~ 이이네~



말랑말랑한 미니 식빵을 삐뚤빼뚤 자르고



에어프라이기에 문제의 반달 돈까스를 넣고 위잉 돌린다.



돈까스가 익는 동안 식빵에는 각각 마요네즈를 발라준다. 



땡! 돈까스가 다 익었다. 기름기가 없어서 정말 맛이가 걱정된다. ㅠㅠ



미니 식빵이라 사이즈가 얼추 맞는다. 이제 빵 위에 하나씩 올려본다.

맛이 너무 없을까봐 두 개에만 치즈를 추가해 보았다. 



그리고 돈까스 소스를 돈까스 위에 듬뿍 발라준다. 이때 양배추가 있으면 채썰어 올려도 좋다. 



자, 이제 반씩 썰어서 단면을 볼까? 

아이고 볼품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식빵보다 얇은 돈까스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최후의 수단으로 ㅋㅋㅋ 

중나에 팔기 위해 고이 모셔두었던 무인양품 도자기 식판을 꺼냈다.

빈 자리에 상추, 토마토, 오이를 주섬주섬 담고 발사믹 글레이즈를 뿌려서 마무리.



손님. 오늘의 런치 나왔습니다. 

음료는 우유와 오렌지 쥬스 중 어떤 걸로 드릴까요?



씹는 맛 자체가 없어 매우 소프트한 샌드위치가 되었다. ㅋㅋㅋ

그 소프트함에 목이 메일 지경이라 음료수가 한 없이 들어간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빵 사이에 상추를 끼우는 순간

어디선가 먹어봤던 햄버거 맛이 났다.

어린 시절,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팔던 정체불명의 샌드위치? 

또는 롯데리아에서 기간한정으로 팔았음 직한 커틀렛 햄버거? 



여튼 냉동 돈까스는 어린 시절의 맛이다.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촌스러운 그 시절의 맛.

그래도 나이 들면 또 그리워질 맛.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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