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아님주의 #지금아님주의
남편은 무사히 공항 주차장에 도착, 운전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오래 걸린다 해도 워낙에 입국편 자체가 없다보니
수속이며 수화물이며 일사천리였던 것 같습니다.
운전해서 집으로 간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고 합니다.
집 근처에 거주하는 두 명의 일행이 있었으나
모두 어린 자녀가 있다보니 시설로 이동하게 되었거든요.
자가격리 + 자차이동은 본인 뿐이라며 엄청 기뻐했... ㅠㅠ
남편은 집 근처 보건소에 내려 코로나 검사를 하고
쓰레기 봉투, 알콜 스프레이 등을 받은 후 집으로 갔습니다.
담당자가 지정되었으나 집까지 동행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주차장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겠지요.
확진자가 나와도 아파트 주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자가격리 대상자는 더더욱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도 최대한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라 했습니다.
아, 구호물품은 알콜 스프레이, 마스크 두 장으로 끝입니다.
서울 대부분 지역이 그러하듯 비상식량은 이제 없답니다. SOLD OUT ㅋㅋㅋ
도착했어 ㅠㅠ
고생했어!!! 내가 김치찌개랑 된장찌개랑 끓여놨고, 밑반찬이랑 제육도...
나 사실 초밥이 너무 먹고싶은데.
어. 그래.
굿모닝!
배고프지!!! 내가 김치찌개랑 된장찌개...
순댓국 시켜먹으면 안돼?
어. 그래.
아, 시차 때문에 또 자버렸네!
저녁 먹어야지!!! 내가 김치찌개...
라볶이랑 돈까스가 너무 땡기네.
어. 그래.
나 오늘은 양념치킨...
어...
세상에...
제육이 저렇게 밀리다니...
어디가 아픈가? (설마 저렇게 잘 먹는데)
아니면 지구에 무슨 일이 생기려나.
저기 근데... 이제 제육이 싫어진거야? 독일에서 자주 먹었어?
아니? 제육은 언제나 넘버원이지.
근데 왜 제육 안 먹어?
배달앱에 제육 잘하는 집이 없잖아.
그게 아니라 통돼지마을에서 산 제육을 내가 식탁 위에 올려놨는데...
뭐??? 제육이 집에 있다고?!!!!!!!!
김치통에 담아두면 어떡해! ㅜㅜ 김치 익히려고 내놓은 줄 알았잖아!!! 오늘부터 당장 먹을게!!!
어. 그래.
그러던 중 그의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자가격리 중에 생일을 맞이하는 게 안쓰러워서
아픈 발을 이끌고 방문하게 되었어요.
방문의 목적은 축하 인사 및 생일밥 전달이라
미역국과 초밥, 조각 케이크를 양손 가득 싸들고 오랜만에 집으로 갔습니다.
씩씩거리며 올라가서는 문앞에 음식을 두고 창문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독일 시간에 맞추어 재택근무 중이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어머나. 수척해진 거 보소.
독일에서부터 쭈욱 잘 먹는 거 같더니 왜 이렇게 살이 빠졌니! ㅠㅠ
또 나만 살쪘구나 ㅠㅠ
나만 망했구나 ㅠㅠ
그래도 생일 축하해 (다음 편에 계속)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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