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TOY 6집 [Thank You]

by 하와이안걸 2007. 12. 4.



가수와 팬 맞절하는 훈훈한 겨울



라디오 그만두고, 결혼하고, 외국에 나가있고 뭐 그런 줄만 알았지 6년 6개월이나 흘렀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인지 해후에의 감격보다는 솔직히 숫자로 나타난 긴 세월에 살짝 뜨끔하였음을 먼저 고백... (끄응 ㅠ.ㅠ) 그래도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을 앞두고, 억누를 새 없이 높아만 가는 이 기대치는 어찌할 수가 없다. 물론 그가 없던 몇 년 동안에도 좋은 앨범은 많았다. 멘탈에 치명적이지 않을 딱 그 만큼이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큰 소리 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음악을 들려주어도 우리는 알아서 골라먹을 자신이 있다구! 하고 말이지. 게다가 공개된 라인업, 저 잘난 인물들을 좀 보라. 연주곡 위주가, 아니로구나아~~~ 하고 돌+아이 모션을 취하는 나. (사실 대단한 멘탈도 아니었던;;;) 어쨌든 좋다.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책처럼 읽힐텐데 귀에 눈에 마음, 어디가 심심하겠어요.


반가운 순서대로 트랙들이 나열되어 있다. 먼저 조원선과 함께 부른 'Bon Voyage'는 여행이 선물해 주는 설레임과 추억을 그린 곡으로 빠른 리듬에 비해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는 무심한 말투가 매력적이다. (최고에요!) 감정보다는 눈 앞에 일어난 현상만을 간결하게 노래하는 조원선의 하다체는 마치, 롤러코스터의 히트곡 'Last Scene' 의 후속편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 그녀 뒤에 숨어서 조그맣게 따라 부르는 유희열의 존재는 같은 음으로 불러도 멋스러운 듀엣곡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던 4집의 ‘저녁식사’를 떠오르게 한다. 라스트씬이건, 저녁식사건 웃으면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됐지 뭐. 다음 곡 ‘나는 달’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인 싱어송라이터 이규호가 작사와 보컬에 참여한 트랙으로, 남에게 가사를 맡기지 않는 유희열이 이규호의 쌈박한 노랫말에 자신이 습작을 몰래 폐기처분 하였다는 소문만이 전해져 온다. 여성을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고운 외모와 풋풋한 미성을 지닌 이규호, 그의 근황을 궁금해 했던 팬들에게도 커다란 선물이 되어줄 곡임에 틀림없다.


타이틀 곡 ‘뜨거운 안녕’은 장르도 장르지만 홍대 원빈 이지형의 참여로 더욱 트렌디해졌다. 올 한 해 핫 아이템이었던 레트로가 토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목까지 제대로 구제 스타일인 이 곡, 토이가 만들어낸 80년대 팝 사운드라는 사실만으로도 올 해의 마지막 필청곡이라 할 수 있겠다. 결혼 후의 변화가 가장 쉽게 파악되는 곡인 '딸에게 보내는 노래'에서는 마이크를 성시경에게 넘겨주는 이변이 나타나기도. ‘두 사람’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 점찍어 두었다는 후문인데, 개인적으로 [마리이야기] 이후 이렇게 곱게 노래하는 성시경은 처음이지 싶다. 본인의 뒤를 잇는 자정의 킬러, FM의 귀공자로 훌쩍 자란 그에게 남기는 묵언의 가르침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어때. 불러보니 찌르르 하지 않니?' 뭐 이런 느낌?

이번 앨범의 공공연한 무기인 연애 3부작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스치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여러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줄 테니 나는 살짝 빠지련다. 가상의 연애 3부작 대신, ‘내가 남자친구라면’, ‘Silly Love Song’을 잇는 실전 연애 3부작의 완결편 ‘해피엔드’ 를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토이남(요약불가검색요망)의 귀감이 될만한 셀러브리티 기혼남의 삶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이 곡은 오랜만에 듣는 유희열의 소박한 보컬이 반가움을 준다. 또한 ‘웃게 해’ ‘행복해’ 이 두 마디로 아직도 정신놓고 사모하는 열혈팬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에 쐐기를 박는 트랙 ‘프랑지파니’는 8월의 발리 해변에 피던 꽃 프랑지파니와 함께 연애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보사노바 풍의 세련된 곡. 토이남은 자료 업데이트 하느라 바쁘겠어. 


이 외에도 또래의 보통 남자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다는 김민규의 ‘안녕 스무살’과 이규호와 함께 작사가로도 참여한 루시드폴의 ‘투명인간’ ‘그대, 모든 짐을 내게’, 토이의 고향 동상과도 같은 김연우의 진득한 보컬이 따뜻한 ‘인사’도 이 겨울의 든든한 완소 트랙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부를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앨범. 그런 의미에서 ‘딸에게 보내는 노래’의 양보는 내심 아쉽다. (내년에 돌잔치 송이라도 어떻게..) 그의 기나긴 Thanks To 에 대한 팬들의 무한 피드백이 예상되는 연말, 이미 마음 가득 훈훈해졌을 그에게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제안한다. 이제 곧 또 한 살 나이를 먹는 당신의 여성 팬들을 위한 비법 전수! 당신이 양성한 대한민국 토이남들 중 진품를 가려내는 법, 그리고 그 진품을 쥐락펴락 할 초강력 연애비법말이다. (오빠, 믿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