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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온수풀에서의 첫날

by 하와이안걸 2005. 12. 22.
운동을 시작했다. 그냥 음악 들으며 터벅터벅 걷는 것만으로는 택도 없겠기에
(아, 한달동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집 근처 늘 기웃거리기만 했던 체육관을 찾았다.
페인트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외관과 친절한 사람들이 반겨주는, 너무나 구립스러운 분위기.
헬스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농구장도 있고... 규모는 작아도 웬만한 시설은 다 갖춘듯 했다.
수영이라... 어차피 이제 집에서 샤워하는것도 괴로울만큼 추워죽겠는데 수영도 괜찮을 것 같다.
샤워가 목적이라면 헬스도 마찬가지겠지만.. 옷.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글자 "온.수.풀"
온수풀이라... 미적지근한 물에서 슬슬 걸어다닐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타미 온천여행 이후로 뜨신 물이 좋아졌는지도. 어쨌든 수영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혹시 몰라서 가져온 수영복과 수영모자. 몇년전에 세일한다고 사 놓고는 개시도 안한 새삥들.
다행히 수영복은 맞았다;;; 살 때도 이 정도였나보다;;; (하긴 왜 샀겠어! 물놀이용이 아니거든!)
물안경이 없길래 역앞 쇼핑몰에 갔더니 없다; 백화점까지 다녀오기는 너무 촉박하고 아.. 어쩌지.
그때 내 눈에 들어온 백엔샵! 혹시나 하고 뒤져보았더니 역시나 있었다. 오오~ 감격 ㅠ.ㅠ
꽃분홍 고무에 보라색 알;;이었으나 그게 무슨 상관. 눈에 물만 안차면 되지. (사실 조금 새도 괜찮음.)

가슴벅차 체육관으로 향했다. 저녁 6시 10분. 깜깜~~~하다.
오늘이 동지라더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온수풀 이용요금 6백엔.
흰색옷을 맞춰입은 요원;들 말로는 5400엔 카드를 사면 6000엔분 이용이 가능하다했다.
요시! 거금 5400엔을 들여 카드를 발급받고 온수풀!로 향했다. 락커이용료 10엔? 음. 괜찮아!
그런데... 샤워장에 붙은 빨간 글씨.... "샴푸, 보디솝 사용금지" 
풀썩...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이유 하나가 무너지는 순간. (겨울에 집에서 샤워는 너무 춥거든 ㅠ.ㅠ)

여튼 물속은 정말 따뜻했다. 5 코스중 한줄은 워킹전용코스였다. 오호라~
준비운동겸 뒤뚱뒤뚱 걸어주고 중급자 코스로 이동하여 자유형 시작하는데...
우옷;;; 숨차다. 장난아니다 ㅠ.ㅠ 중간에 몇번을 일어났다.
첨벙첨벙. 음파음파. 내 물장구 소리가 빈 수영장을 가득 울렸다.
창문으로는 흰색요원들이 보고있었다. 창피했다. 숨을 고르고 다시 워킹을 시작했다.
워킹도 만만찮게 민망했지만 본전을 뽑기 위해 힘을 냈다. 무려 두시간;;;

돌아와서는 수영복을 빨아널고 이불속에서 티비를 보았다. 한시간 후 배에서 소리가 났다. ;;;
뜨거운 차를 백잔 마시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그러던 중에 김짱이 돌아온 것 같고 zzz
잠결에 뉴스를 들으니 황우석 교수의 논문 날조되었다며 특파원과 전화연결하고 생난리다.
앞뒤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남의 나라 일에 왜 지들이 생중계하고 참견이야! -_-+...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열라 투덜거리며 잠이 들었다. 웃겨 증말..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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