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남편은 이직을 했고
우리는 서울로의 복귀를 결심했다.
올 여름, 남편은 갑자기 독일 출장을 떠났고
나는 새 프로젝트와 이사준비로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올 가을, 남편이 돌아왔고
이사 + 내 생일 + 10주년 결혼기념일이 한방에 몰아쳤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금 땡기기 ㅠㅠ
10주년의 감흥은 고이 넣어두고
입주 청소를 하고, 셀프 도배를 하고, 당근 마켓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결혼기념일 당일!!!
폭풍검색을 통해 메뉴를 정했다.
부페돌이인 우리에게 안 어울린다 생각했던 오마카세 스시!
오마카세 おまかせ [お任せ∙御任せ] 1.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출처 : 네이버사전) |
검색해보니 가격대가 천차만별.
7~8만원인데도 '캐주얼'이라는 표현을 써서 깜놀.
아, 옛날부터 츠키지 새벽시장에서 줄 서서 먹는 이유가 있었구나.
그러나 검색은 배신하지 않디.
집에서 멀지 않고, 술도 마실 수 있고, 기분도 낼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은 스시야 발견!
(※식자재 이름 모름 주의, 일자무식 주의)
예약보다 일찍 갔는데도 시작할 수 있었다.
8명이 정원인 듯한 바에 우리만 있으니
매우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었다.
그에 비해 우리의 대화 소재는 너무 저급하여 ㅎㅎㅎ
쉐프님이 듣고 업신여길까 노심초사.
술을 시키니 안주 하라고 사시미 몇 점을 올려주셨다.
캬. 이런 기분이구만.
밥이 낮게 깔린 것 보이시죠?
마치 남방식 고인돌 같지 않습니까?
밥 없는 후토마키(太巻き)가 과연 존재하는 지,
밥이 없어도 스시라고 불러도 되는지 찾아보겠어요;;;
여튼 사시미를 김에 야무지게 싼 요리!
스시 만으로는 10개 전후고,
사이사이 별미 요리가 나와주니 배가 빵빵.
마지막에 카스테라와 아이스크림까지 어쩜 너무나 내 취향.
4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도대체 7만원은 어떤 아이들이 ㅎㄷㄷ)
오는 길에 택시를 타려다가
안잡혀서 정류장까지 걸었는데
세상에 집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도 있고 ㅠㅠ
이거슨 데스티니!
여튼 10주년 고생했다굿!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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