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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아빠의 노포

청진동 피마길낙지실비집 : 한국식 매운맛의 원조(구,이강순실비집)

by 하와이안걸 2019. 12. 26.

 

낙지볶음이란 무엇인가.

무교동 낙지란 또 무엇인가.

어릴 때 가 보았던 몇몇 낙지집을 떠올리며

무교동이 정확히 어디인지 검색했더니...

 

 

 

 

 

 

 

유명한 낙지집은 무교동에 없었어 ㅋㅋㅋ

그나마 유림낙지가 가까우려나.

 

 

 

 

 

내가 매운 음식을 그나마 잘 먹는 것은

어릴 때부터 이 낙지볶음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애주가였던 우리 아빠는 낙지볶음도 참 잘 사오셨다;;;

밤늦게 아빠가 들고 온 누런 종이봉투.

안을 열면 이미 매운 냄새로 가득했다.

그리고 미지근해진 단무지와 콩나물. 

한잔 하시다가 식구들 생각나서 사오셨겠지만

엄마는 왜 이런 데 돈을 쓰냐고 한숨을 쉬셨다.

 

 

 



그리고 어린 나는

왜 아빠는 낙지와 골뱅이에만 술을 드시는지,

왜 아빠의 안주는 치킨이 아닌지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외식도 마찬가지다.

갈비나 돈까스를 먹으면 참 좋으련만

아빠는 늘 해장국이나 낙지볶음집엘 데려가셨다.

그때 갔던 청진옥, 서린낙지, 실비집이 

아직도 종로에 쌩쌩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30년 노포는 노포로 보이지도 않는다.
 

 

 

 

 

서린낙지에서는 화려한 철판볶음에 깜짝 놀라고

실비집에서는 알싸한 마늘맛에 깜짝 놀라던 기억.

강화로 내려가신 뒤에도 가끔 서울에 오시면 사가시곤 했다.

그땐 엄마가 더 좋아하셨다 한다. (아빠피셜)


 

 

 



김팀도 이제 이 장소의 인물이 되었다.

낙지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빨간 양념에 밥 비벼먹는 것을 좋아해서

이곳을 피해갈 재간이 없다.;;;

 

 

 

 

두꺼운 단무지와 양배추 물김치

 

 

 

낙지볶음 기본 세팅 (드릉드릉)

 

 

 

소주 세팅 (드릉드릉)

 

 

 

 

반가워라. 두껍고 슴슴한 단무지. (쿨피스 역할)

고마워라. 오통통한 콩나물. (나름 야채 ㅋㅋ)

새로워라. 양배추 물김치. (옛날엔 없었음)

 

 


낙지는 예전처럼 1인분, 2인분, 반마리가 아니고 

그냥 기본으로 1.5인분 정도가 나오는 듯.

 

 

 

내 사랑 조개탕

 

 


사실 이제 쿨피스도 팔고,

셀프 콩나물국 코너도 있어서

맵다는 이유만으로 맑은 탕을 시킬 필요는 없지만

 

 

 

 

조개육수가 시원시원

 

 

 

큼직한 모시조개 또는 백합조개를 듬뿍 넣어주기 때문에

겨울이면 달고 시원한 이 맛이 그리워진다.

 

 

 

이제 비벼볼까용

 

 

 

 

밥에 비벼먹을 참기름은 테이블마다 있다. 

그런데 김가루가 없어졌네. (김팀 대실망)

괜히 좋은 날 상처받을까봐 김가루의 행방은 묻지 않았다. 

해피크리스마스~

 

 

 

 

낙지파전 등장

 

 

 

나에게 조개탕을 뺏을 수 없듯이

김팀에게 넘버 투는 바로 이 파전.

그러나 비빔밥에 살짝 정신이 돈 상태에서 등장하여 아쉬웠다.

조금 일찍 나왔더라면 애피타이저로 뚝딱 먹었을 텐데.

(사실 속으로는 파전 주문이 안들어갔길 바랬...)

 

 

 

 

배부른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지 만족도가 떨어졌던 파전.

다음에는 가성비 좋은 계란말이를 먹자고 다짐했다.

 

 

 

 

 

 

 

 

들어올 땐 빈 자리가 많아서 골라 앉았는데

먹는 동안 계속해서 손님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우리 나이대거나 부모님 세대.

연말에 설레는 마음은 다 똑같다.

 

 

 

 

결국 후다닥 먹고 계산.

이날은 술도 먹어서 소고기 만큼 나왔지만

후회는 없다.

 

 




그나저나 몇 년 전만 해도 

이강순 할머니를 카운터에서 뵌 것 같은데

왜 이강순 실비집은 여기가 아니란 말인가.

뭐 나름의 속터지는 히스토리가 있겠지 하며

피마골 아니죠~ 피마길실비집을 입력.

 

 

 

 

 

 

2차로는 근처 옥토버훼스트에서 기본 안주에 밀맥주를.

너무 배부르다면 종로타워 옆 센트로폴리스 빌딩에서 커피 한 잔 추천.

(입안이 매우니까 단 것도 함께)

 

 

 

 

 

 

 

그마저도 안들어간다면 청계천 행군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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