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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박준혁 1집 [Private Echo]

by 하와이안걸 2008. 5. 14.




서두르지 않는 외길 락커의 장거리 여행

 


멍밴드라는 이름으로 홍대를 지켜온 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본명을 걸고 솔로 앨범 1집을 발표했다. 샤방하고 센치한 음악으로 사랑받는 레이블 파스텔에서 나온 신보치고는 너무 정직한 가수명인데다 (당연한 것인데도 참..), 그 안에서는 드물다 할 수 있는 남자 솔로인지라 과연 어떠한 음악으로 앨범을 채웠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첫 곡 'YOU & I'를 듣는 순간 확~ 알겠는 이 느낌. 마치 유앤미블루를 처음 들었을 때의 낯설고 서늘한 기분이랄까. 아무리 귀 기울여 들어도 확 와닿지 않는 이기적인 우울 또한 인상적이고. (정말 영어 가사여서 그런걸까;;;)

 

타이틀곡은 'Porcupine' 은 처음 들으면 8,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락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방송에도 잘 어울릴 곡으로 편안한 드럼 연주와 경쾌한 기타 연주, 그리고 이에 걸맞는 준혁의 모던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Porcupine 는 고슴도치와는 살짝 다른 호저라는 동물인데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이기주의 때문에 상처를 입는 현상을 호저 딜레마(porcupine dilemma)라고 한다. 가사를 들여다보아도 이러한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좀 더 가요스러운 소재라 끌리는 것은 사실이다. 이승열이 힘을 빼고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Find'. 앞서도 유앤미블루를 언급했듯이 그는 어떤 곡에서는 이승열, 어떤 곡에서는 방준석과 매우 흡사한 보컬을 들려주고 있다. 이 외에도 좀 더 거친 호흡의 'IF I' 에서는 이별 후의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심경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려냈다. 뉴에이지 스타일의 몽환적인 연주곡인가 싶었는데 한참 뒤에 가사가 등장하는 '소용돌이' 또한 헤어짐의 아픔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특유의 우울함에 청초한 여성 보컬이 닿으니 새롭다. 푸른새벽의 한희정이 참여한 'All Right'은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에 먼저 수록되었던 곡으로, 박준혁의 이름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곡이기도 하다. 헤어진 후의 힘든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하게 부른 곡으로 한희정의 만만치 않은 포스가 더해져 쿨함의 극을 달린다. 경쾌한 전주와 밝은 멜로디가 인상적인 'Deli Pill'는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이 보컬에 참여해 또 다른 혼성 듀엣의 느낌을 살려냈다. 좀 더 보송보송해진 보컬에 푸근한 신디사이저 효과까지 더해져 우울증이 좀 가셨나 했더니만 가사를 들여다보니 약 찬양송;;; 원인 모를 통증에 이 '맛난 약' 만이 특효라는 내용으로 샤방한 멜로디에 비해 살짝 무섭긴하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외로이 서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자신과 동일시 한 듯한 마지막 곡 'Christmas Tree' 까지 모든 곡을 듣고나니 그 만의 소통을 나타낸 앨범 타이틀 [Private Echo] 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사지 없이는 한글 가사라도 잘 들리지 않는 독특한 발성이지만 알고 보면 모두가 함께 겪어온 그냥 그런 이별의 순간이며, 당황스러운 제목에 영어 가사가 절반이 넘지만 그럴수록 악기 구성은 단순해지고 기타 리프는 귀에 더 잘 들어온다. 이별의 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때로는 쉽게 때로는 어렵게, 잡힐 듯 말 듯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가 표현하는 다른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디 다음 앨범에서는 새로 시작한 사랑의 기쁨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시길. 돌리고 돌려 말해도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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