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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NAVER

[이주의발견] 도끼(DOK2) : Thunderground

by 하와이안걸 2009. 12. 15.


2009년 마지막 리뷰.
발라드에 이어 펑크, 펑크에 이어 힙합...
다양한만큼 한계를 느꼈다.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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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12월 2주, 이 주의 국내앨범 : 도끼(DOK2)의 [Thunderground]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그룹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 막내가 가장 어려!'하며 경쟁을 하는 듯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아무리 어린 나이의 가수가 등장해도 크게 놀라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역할 자체도 팀의 생명을 등에 짊어진 능력자가 아닌, (아직은) 귀여운 활력소이자 이슈 메이커로 저절로 업무 분장이 되어있고 말이다. 그러나 3년 전에는 달랐다. 당시의 90년대생 두 명으로 이루어진 힙합 듀오 올블랙(All Black). 앳된 얼굴과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거침없이 무대를 휘젓던 그들의 벽은 오로지 변성기 뿐인 것만 같았다. 그 중 조금 더 걸걸한 목소리를 내던 소년 도끼(Dok2)가 스무살 청년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행히 힙합씬에서 그의 공백은 거의 없었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



<네티즌 리뷰> 메인 코스로 들어가기 직전, 가장 강렬한 애피타이저
이 리뷰는 네티즌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올해 5월에 발표한 프로듀싱 앨범 [Illstrumentalz Vol.1] 을 통해서 그는 개성있는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 힙합, 알앤비,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에서의 작곡, 편곡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미국 남부 힙합 중에서도 Dirty South 로 범위를 좁혔다. 그 동안 귀에 익숙했던 딱딱 맞아떨어지는 리듬의 랩이 아닌 거칠고 어지럽게 휘젓는 듯한 느낌, 그러나 라임과 플로우만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 귀에 잘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시도된 적이 없으나 최근의 힙합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장르기도 하다. 이름처럼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앨범에서는 자기애와 외로움을 빼고는 심의를 걱정할 정도의 소재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의 진정한 컴백을 알리는 첫 곡 'I'm back'. 이 날을 위해 속으로만 삼켜왔던 여러 생각들이 일사분란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타이틀곡 못지 않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곡이다. '한국에서 힙합을 원해? 그럼 날 사도록 해'와 같은 랩들은, 방송에 기대지 않고 만 장의 앨범 모두를 매진시키고 싶다는 그의 목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두 번째 트랙 'You don't know' 에서는 좀 더 강렬한 느낌으로 첫 트랙에 살을 붙이고 있다. 그야말로 숨막히게 몰려오는 라임의 쓰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곡으로, 아직은 소년 같은 보이스 컬러지만 랩핑 만큼은 정교하다 못해 그의 이름처럼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다.


파워풀한 첫 곡, 섬세한 플로우의 두 번째곡을 지나 웅장한 사운드로 시작하는 'It's me'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 앞 곡의 장점들에 섬데이 주영의 멜로디 라인이 추가되어 사우스 힙합의 기본 매력에 색을 더했다. '10점 만점에 열만 받는'다는 그의 랩에 대한 자부심과 그간의 노력에 대한 다부진 고백,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글자 하나하나로 알리는 재치있는 가사들로 가득한 곡이다. 이어지는 'Beyond'에서는 이러한 자부심의 근원이 되는 그의 철학을 조금 더 무게감 있게 다루었다. 첫 곡부터 계속 비슷한 빠르기의 비슷한 내용의 가사들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묘하게 강약을 두어 차별화 시키는 점은 재능과 노력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곡은 마지막 트랙에 다시 불려지는데, 주영의 멜로디 라인 대신 그의 새로운 소속사 맵더소울의 구호로 메워진 Map the Soul Version 이다. 곡이 주는 기본적인 무게감에 타블로와 MYK의 영어랩과 미쓰라진의 토종랩, 그리고 이 둘을 아우르는 도끼의 랩이 어우러지며 마치 Movement 시리즈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드디어 빠르기의 변화가 시도된다. 척 봐도 호형호제 느낌 물씬 나는 실력파 랩퍼 Double K 와 함께 부르는 '훔쳐'는 BPM 150 의 빠르기로 제목과 피처링 정보만으로도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반복되는 후렴구는 Double K 가 부가킹즈의 주비 트레인과 함께 불렀던 2004년작 '아이고 (But I Go)'의 경쾌한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주비 트레인에서 도끼로 넘어가면서 확 달라진 분위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Double K의 평소 날카롭고 아찔한 랩 실력을 기대했다면 의외의 경쾌함(?)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듯. 언젠가 두 사람이 한없이 내뱉는 작품 하나가 나와주길 개인적으로 바라본다.


이와 반대로 보통의 힙합 빠르기에 뒤쳐지는 '64%'에서는 느린 박자의 끈끈하고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노력과 Beatbox DG의 화려한 피처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랩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리스너들을 쥐락펴락 하는 그의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다. 타블로가 이 노래를 듣고 에픽하이 6집의 'Supreme 100'을 만들었다고 한다. 친형 Mr. Gordo 와 함께한 '마지막' 또한 다른 곡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리듬 뿐만 아니라 가사에서도 반전을 느낄 수 있다. 뒤로 들리는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그 동안 홀로 싸워왔던 고단함과 외로움을 가감없이 표현하였다. 그 넘치던 자신감 뒤에 숨어있는 평범하지 않은 삶에 대한 불안함과 언젠가 마지막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사우스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만 보았을 때는 트랙 구성에 매우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첫 앨범에 대한 욕심과 어떤 수를 먼저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엿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프로듀싱 앨범을 통해 확인한 그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감성을 바탕으로 다음 정규 앨범에서는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곡들도 나와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그는 자신의 성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아껴주는 형들이 아닌, 자신을 아직 언더그라운드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말이다. 참고로 이번 앨범 [Thunderground] 의 뜻은 단순히 두 단어의 합성이 아닌, '언더도 아니고 오버도 아니고 항상 그것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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