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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NAVER

[이주의발견] 김윤아 : 3집 315360

by 하와이안걸 2010. 5. 13.


감당하기 벅찬 앨범이었다. 역시 댓글의 강도가 다르네;;;
난 '엄마라서'를 강조한 적 거의 없는데 쩝 (내가 아닐거야 아닐거야 ㅠ.ㅠ)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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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의 변> 5월 2주, 이 주의 국내앨범 : 김윤아의 [315360]


자우림에서와는 달리 김윤아 독집에서는 무표정한 그녀의 속내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결혼과 출산 등 전작과 비교할 만한 이슈가 많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새 노래에 어떠한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원하던 것을 가지기 전과 후의 일상은 당연히 변하기 마련이고 이를 예찬하는 노래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녀는 인생을 바꿀만한 변화 속에서도 내면의 기본적인 외로움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음을 가사 하나하나에 빼곡히 담았다. 그녀가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잔인하고 이상하며, 연약한 것들은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그만큼 애틋하고 눈물겹다. 이토록 마음껏 내면을 표출하는 자유로움과 용기. 그 변치않음에 사람들은 그녀의 안녕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



<네티즌 리뷰> 나를 포함한 세상과 내가 주인인 세상, 그 가운데에서

이 리뷰는 네티즌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이주영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1집의 여신 같은 모습과 2집의 여왕 같은 자태에 비해 이번 앨범 재킷 속의 그녀는 수수하고 간결하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면서도 끝까지 고정되어 있는 건조한 눈매. 그 위에는 그녀의 나이를 시간으로 환산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 315360 이 적혀 있다. 이렇게 지나온 삶을 숫자로 풀어놓고 담백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이번 앨범에 담긴 수많은 의미가 다가오는 듯하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의 가벼워진 마음이 표정에 읽힌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이상한 세상의 릴리스'. 세상에 첫발을 딛게 된 순간을 담담하게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로서 (앨리스도 이브도 아닌 릴리스의 이름으로) '이상한 세상에서 내 손잡아주는 건 이상하게 어두운 친구들 외로움과 허무, 끝없는 의문과 불안'이라는 가사를 통해 삶은 고독이고 비극이라는 일관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을 향한 시선은 일상이 아닌 천성 또는 어린 시절의 결핍을 통해 형성된다는 그녀의 인터뷰 기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비밀의 정원'에서는 릴리스의 비극이 또 한 번 반복된다. 사랑을 통한 아픔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옛날 축음기에서나 들을 법한 맑은 음성과 기교로 전달한다. 가사를 통해 말초적인 공감이 아닌 내면에 묻어놓았던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되물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제 완전히 농익은 이 신비로운 보컬만으로도 그녀의 존재감이 공기를 꽉 채우는 곡이다.

그녀만의 어두움과 외로움은 '가만히 두세요'를 통해 이어진다. 외로움과 벽, 나지막이 내뱉는 거부의 언어 속에 분노가 느껴지는 이 곡은 상냥한 위로와 따스한 손길이 아닌, 상냥한 침묵과 따스한 외면이 더욱 절실한 겁 많은 자아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이러한 그녀의 기본적인 내면의 아이는 '착한 소녀'와 '얼음 공주'와도 맞닿아 있으며, 1집의 '담'을 떠올리게 한다. '도쿄블루스'의 경우 이러한 정서에 구체적인 체험을 더해 노래한 곡으로, 도쿄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예상 가능한 공간감을, 익숙하지 않은 블루스라는 장르에 묶어 극한 외로움의 공간으로 재구성하였다. 그렇게 세팅된 무대 위에 어둡고 허무하고 불안했던 지난 추억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며 외로움의 단면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타이틀곡인 'Going Home'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위로와 사랑을 조금 더 낮은 자세로 품어주는 곡이다. 클라이막스인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의 깊은 울림과 자신감 속에서 아내로서건넬 수 있는 언어의 위로가 아닌 또 하나의 가장으로서 동등하게 외치는, 말 그 이상의 위로와 힘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 곡은 남편을 위한 곡이 아닌 최근 힘든 일을 겪은 친동생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고 한다. 새로운 가정을 가진 후에 바라보는 형제의 아픔. 모성이 생겨 더욱 강인해진 여인의 깊어진 위로와 솔직한 미안함이 지친 마음을 울린다.

약간 느릿한 왈츠를 듣는 듯한 'Summer Garden'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생명예찬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생소한 여름꽃의 이름과 엄마의 아련한 잔상을 쫓는 어린 아이의 시선이 없던 모성마저 불러일으킨다. 출산을 통해 얻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녀 자신이 베풀고 있는 사랑이 아닌, 누군가가 겪고 있을 이별의 두려움을 짚어낸 것이 특별하다. 불어로 별이라는 뜻의 '에뜨왈르'는 사랑하는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을 그녀다운 멜로디와 언어로 풀어낸 곡이다.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가사와 막 잠이 든 아이를 침대에 뉘이듯 조심스러운 호흡이 노래에서도 전해진다. 귀여운 템포와 앙증맞은 말투 속에 힘없는 생명에 대한 아픈 연민이 들어 있는 'Cat Song'. 이 곡 역시 지금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고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죄책감이 주를 이룬다. 해줄 게 없어 미안하다는 가사에서 읽을 수 있듯 길에서 허망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로하는 그녀만의 작은 레퀴엠이다.

그녀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을까 싶은 '착한 소녀'는 거절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대한 노래다. 분노의 이유를 애써 묻지 않고 외면할 수밖에 없는 여린 마음과 그에 대한 깊은 괴로움을 공감해주고 있다. 이상한 세상으로 들어와 버린 릴리스는 이제 마지막으로 신에게 묻는다. '신이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검은 강'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고해성사와도 같다. '왜 누군가 울어야만 하나요'라는 단 한 줄의 가사로 그녀의 고민과 근본적인 아픔의 이유가 전해진다. 그녀의 목소리가 새로운 악기가 되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상한 이야기'. 이 마지막 곡에서 그녀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미련없이 남기고 자리를 뜬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30대를 긴장감있게 보낸 사람만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40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호기심 많던 20대와 서른이 되는 순간의 혼란스러움을 지나 30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그녀. 결혼과 출산을 통한 가족의 사랑 그리고 변함없는 팬들의 지지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그 힘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앨범, 함께 부르기는커녕 홀로 아무리 연습해도 따라 할 수 없는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책처럼 읽고 또 읽으면 언젠가 나의 것이 되어줄 노래, 훗날 나의 경험과 덧대어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앞서 걸어갔던 그녀의 이야기가 문득 내게 그렇게 다가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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