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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서울에서

서교동 델문도 Del Mundo : 또 하나의 비밀기지

by 하와이안걸 2015. 11. 26.



카페 델 문도.
십년 전, 라면집 알바할 때 사장님이었던 나오키 상의 카페인데 이제서야 가보았다.
이전 회사랑도 엄청 가까웠는데 회사 다닐 때는 어쩌고 왜 백수가 된 이제서야 갔는지.  

사실 어디 근처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고, 입구를 찾기 힘들어 좀 헤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친 듯이 찾지는 않았다. 워낙 그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많기도 했고, (요즘은 그렇지도 않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맞닥뜨렸을 때 애매하게 안면이 있는 그 어색함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뭐, 십년이나 흘렀고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에 1표지만. 


날은 추워지고,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실 수도 없고, 결론은 밀크티.
그런데 이 근처에 밀크티 잘 하는 곳은 거기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셔보지도 않았으면서)
분위기가 아닌 메뉴를 보고 찾아간 곳. 이제는 원오브뎀이 아닌 그곳. 마침 새로 단 간판이 두개나 번쩍이고 있었다. 


인사를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 계셔서 일행과 편하게 착석.
마침 저녁도 안먹었고 해서 둘 다 밥을 호기롭게 시켰다. 
맛은 걱정 안했지만, 역시 맛있더라. 최근에 자주 갔던 비단 콤마보다 훨씬 깊은 맛이다.
특히 실처럼 잘게 찢은 소고기가 가득 섞여있던 토마토 카레라이스가 일품이었다.
밥이 더 따수웠으면 좋았겠지만 (찬밥 소화능력 현저히 떨어지는 중)
오야코동도 비리거나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다.


그리고 압권은 3천원 내외를 내면 추가할 수 있는 디저트 음료들이었는데
내가 시킨 진저밀크는 정말 최고였다. 그 저녁에 내가 찾던 맛이었다. (밥부터 잔뜩 먹어놓고서는)
이상하게도 그날 메뉴판에는 밀크티가 안보였다. 너무 급하게 본 것일까.
그냥 느낌이 비슷한 진저밀크가 있길래 물어보았더니 생강즙과 우유를 달달하게 끓인 것이라고.
마침 감기 기운이 올 것 ​같아 시켰는데 달콤하게 목을 지지는 느낌. 
땀이 쭉 나면서 잠도 푹 잘 것만 같은 맛.


푸딩은 생각보다 엄청 커서 놀랐고 (저만한 푸딩 그릇이 있다니) 맛은 그냥 쏘쏘.
그나저나 진저밀크 위에 올라간 허브와 빨간 태국고추 같은 애는 무엇이었을까.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나오고 말았네.

닭고기와 계란, 그리고 짭조름한 간장 소스의 오야코동

샨티샨티 카레카레야. 진하고 맛있었던 토마토 카레.

아이스호지차, 푸딩, 그리고 마른 고추를 띄운 것 같은 것이 진저밀크!





아직 그 블럭에서 회사를 다녔다면 몇 번 더 왔을 것이다.
힘든 날, 점심에 혼자 와서 천천히 먹고 가면 좋을 맛이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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