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아무 생각 없이 도쿄 3 (20160924)

by 하와이안걸 2016. 10. 4.




2016.9.24.토요일.


오늘도 7시에 기상하여 모닝 온천을 즐겼다.
공복 온천이 이렇게나 좋은 거였다니...
아무리 내가 도미인을 사랑해도 조식보다 온천을 먼저 한 날은 드문데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눈이 번쩍 번쩍 떠진다.



8시에는 조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ㅠㅠ



삿포로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알차게 차려진 꿀메뉴들 ㅠㅠ
소세지와 가라아게, 새우튀김이 있는 한 남편은 이 곳의 조식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연어까지 있다니 도쿄 제일의 지점이로세!!!

 


신선한 과일과 미네스트로네




특히 여기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 클렌즈 스무디가 2종이나 있었다.
그리고 각종 채소와 콩, 토마토를 넣은 수프 미네스트로네를 처음 맛보았는데
차가운 샐러드에 질려 있던 내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다이어트 메뉴였다.  
(식전에 먹었어야 할 것을 식후에 발견하고 폭풍 흡입.. 맛까지 있어.. ㅠㅠ)



커피까지 완벽하게 마시고 츠키지시장(築地市場)으로 향했다.
<원나잇 푸드트립> 박나래 편을 감명 깊게 본 남편의 소원대로 ㅋㅋㅋ


어차피 유명한 스시집은 하루 종일 줄을 서도 먹을까 말까이니
가볍게 라멘이나 한 그릇 먹자고 느즈막히 나섰는데
라멘집도 줄이 너무 길어서 자동 포기 ㅋㅋㅋ


서울이나 도쿄나 방송탄 집은 이제 끝이로구나.
그래도 그냥 가긴 아쉬우니 골목 몇 군데를 둘러보고 긴자로 향했다.



운 좋게 구경하게 된 참치해체쇼



츠키지에서 긴자까지는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다.
메트로 24시간 권을 구입했지만 걷기로 했다.
주말이라 같은 코스로 걷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뭔가 평화 행진하는 느낌 ㅋㅋㅋ



어제 갔던 애플 긴자점에 들러 강화유리 필름과 실리콘 케이스를 구매했다. 
5S 쓸 때는 어느 것 하나 걸치지 않고 잘만 썼는데
갑자기 7으로 격상하니 두 손으로 모시고 다니고 아주 ㅋㅋㅋ 



케이스와 필름을 장착하니 그제서야 굽었던 어깨를 펴고 한손으로 폰을 쥐는 남편.
보는 나도 이제 좀 살 것 같구만 ㅠㅠ 


필름 장인의 손길을 보았지요


그래도 폰이 작아보이는 군



12시.
백화점 시계탑의 종소리가 울리고 차량 통제가 시작되었다.
맞아. 긴자는 이랬었지.
갑자기 경찰들이 차도를 정리하자 긴장한 남편.
인사동 차 없는 거리 같은 거라고 했더니 너무나 씐나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자의 휴일.


토요일 정오를 가리키는 시계

 

차는 저쪽 길로만 다니시고요


넓은 보행도로 완성!



드럭스토어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고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 남편을 앉혀 놓았다.
나 홀로 쇼핑을 한 시간만 하기로 했으나 
그럴리가. 두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


먼저 프렝탕 백화점 내에 있는 도큐핸즈(Tokyu Hands), 유니클로에 들렀으나
사려던 것이 모두 없어서 멘붕.
근처 몇 군데를 더 가볼까 했으나 비가 와서 포기.
아쉬운 내게 저 앞에 나의 마지막 쉼터,
무인양품 유락초(有楽町)점이 손짓하고 있었다.
어머, 바로 옆에는 로프트(LOFT)가! *.*



심신이 평온해 집니다



역시 무인양품은 한 시간으로 부족하다.
미니멀리스트의 친구이자 적인 무인양품 ㅠㅠ
결국 사기 식판, 도쿠리 등등 무거운 아이들은 내려놓고
최소 면세금액을 채운 뒤 나왔다.



사고 싶은 건 사실 단촐했는데
왜 이렇게 쇼핑 시간이 길어졌을까 생각해 보니
세일 상품이 너무 없었다는 것 ㅠㅠ
유락초점 자체가 규모가 상당하고, 세련된 동네에 있어서 그런가 보다.
득템 찬스를 노렸던 슬리퍼, 베갯잇, 식기류 등에서 대실패 ㅠㅠ



디퓨저 세트 1600엔. 이쁘지요?


깨갱하면서 남편 있는 곳으로 달려가보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다음 미션을 위해 역 근처에 있는 JCB 플라자로 향했다.


사실 내게는 어쩌다 가입한 JCB 롯데카드가 있었는데 거의 쓸 일이 없어서 없애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네일동에 올라온 JCB 이벤트가 있어서 보니
2만엔 영수증 당 1번씩 경품 추첨이 있다는 것이다.


http://www.jcbcard.kr/jcb/content/board/event_view_65.html


평소 같았으면 쇼핑 얼마나 한다고 이런 걸 참여하나 했겠지만
이번에는 아이폰 7을 살 생각이었으므로 JCB에 몰빵!!!
그리고 내게는 5번의 추첨 기회가 왔다. 



짜잔~~~~!!!!!



꽝만 다섯 번 나와서 물티슈를 받아갔다는 후기도 많았는데
나는야 당당히 3천엔 상품권 획득!!!
남편은 감탄하며 말했다.


"너는 1등은 못해도 2, 3등은 하는 여자야!"



남편에게 죄스러웠던 마음이 한방에 덜어지며
점심 뭐 먹을래? 거들먹 거들먹 ㅋㅋㅋ
마침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하상가에서 일본어 유창한 인도인에게 영업당해
뜬금없는 인도 카레로 점심을 해결했다.



난을 자꾸 더 주겠다고 ㅠㅠ


호텔방 문고리에 걸려있는 수건과 일회용품


호텔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인지 더욱 더 내 집 같은 호텔 ㅠㅠ
매일 청소 안 해도 되는 에코 어쩌구를 선택했더니
문고리에 수건과 일회용품을 센스 있게 걸어놓았다. 
호텔 칭찬을 늘어놓으며 생수를 꺼내는데 남편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등에 소금이 생겼어..."


제가 좀... 걸었나 보군요.
비도 오고 빨래는 늘어만 가니 온천과 함께 코인 란도리 시전.
도미인은 빨래와 세제는 무료, 건조기만 20분에 100엔을 받는다.
안 할 이유가 있나.
저녁 약속 시간까지 우당탕탕 빨래를 돌리며 온천을 즐겼다.



7시. |
시나가와역에서 마키, 사치코, 사치코 남편과 만났다.
서로 메뉴를 양보하다가 역 앞 이자카야 삐끼에게 잡혀;;;
(다들 도쿄 사람이 아니라 단골집이 없다는 것이 함정... ㅠㅠ)
순순히 그를 따라가서 생선 한 마리를 서비스로 받고
안주와 술을 시키기 시작했다.


생선을 이렇게 고르라고? 놀란 마키



마키 : 뭐 먹을래? 여기는 생선이 유명한 것 같은데...
나 : 우리 남편은 가라아게를 좋아해.
남편 : (당황하며) 부끄럽게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사치코 : 그럼!!!! 안주는 가라아게지!!!!!
마키 : 나도 지금 가라아게 사진을 보는 중이었어!!!!!


조용히 있던 사치코의 남편 다이스케는
남편을 지그시 바라보며 첫 입을 떼었다.


다이스케 : (어눌한 한국어로) 오느르도... 요시노야... 가써용?
남편 : 에?????
다이스케 : 요시노야 규동... 머거써용?
남편 : 아... 노노;;;;


남편은 자신의 가라아게 사랑, 규동 사랑이 들켜버렸다는 것에 크게 상심하였으나
다들 그 마음도 모른 채 빵 터지고 난리 ㅋㅋㅋ


케이팝을 사랑하는 마키와 사치코 부부 덕에
한국어로도 더듬더듬 대화할 수 있었다.


남편 : 여자 아이돌 누구 좋아해?
다이스케 : 요좌친구! 횽은?
남편 : 난 트와이스
다이스케 : 에이~
남편 : 여자친구 누구 좋아해?
다이스케 : 옴지!
남편 : (정색하며) 왜?
다이스케 : 왜에??? ㅠㅠㅠㅠㅠㅠ


신선한 회와 깜찍한 이름표



어색 어색했던 초반 분위기와 달리
술이 들어가자 두 덤앤더머의 활약으로 빵빵 터지기 시작했다.
다음에 일본에서 만나면 파칭코를 함께하기로,
서울에서 만나면 남편이 폭탄주 쇼를 보여주기로 둘은 굳게 약속했다.
틈만 나면 사나 vs 옴지로 티격태격하면서.


헤어지면서 서울에서 준비한 잡지와 과자를 선물하고
그들은 어마어마한 술값을 지불했다. ㅠㅠ
11월 초에 사치코 가족이 방문한다고 하니 그때 멋진 식사를 대접해야지.


돌아가는 길에 남편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해 나를 당황시켰으나
친구들의 잇따른 카톡, 라인 메시지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귀엽다는 말은 불혹의 우리들에게 가장 큰 칭찬 ㅠㅠ






이젠 정말 끝.








댓글